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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야기

새언니 말한마디에 아빠가 집 내놓으셨어요.

내년 결혼준비하면서 글 많이 읽었는데, 제가 글을 다 쓰네요.

 

아빠는 짜장면을 정말 좋아하세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 짜장면...

지난주 일요일에 여섯식구(아빠, 엄마, 저, 오빠, 새언니, 조카) 짜장면 배달 시켜 먹는데

저는 방 안에서 게임하느라 정확한 상황 잘 몰랐고,

아빠가 화 내시는 것만 보고 엄마한테 뒤늦게 얘기 들었어요.

 

배달음식 오면 신나니까 애들이 먼저 현관으로 뛰어나가잖아요.

아빠도 짜장면이라 신나셔서 같이 현관으로 나가시고 음식 받는데

배달하시는 분이 안녕하세요 인사를 해도 조카가 멀뚱, 맛있게 드세요 해도 멀뚱 가만히 있어서

아빠가 새언니랑 오빠한테 애를 어떻게 가르치냐고 인사 하는 거 안 가르치냐고

한마디 하셨는데 새언니가 여러번 볼 사람도 아니고 그냥 배달일 하는 사람이 인사하는 건데

짜장면 값에 배달요금도 다 포함되는 거라 별로 고맙지 않다 그런 식으로 얘기했나봐요.

 

큰아버지가 젊을 때 힘들게 일하셨고 노동운동 하시다가 완전히 무죄판결 받고

온 가족 특히 할머니가 엄청 우셨다고 그런 얘기 들은 적 있어서 그런가 그냥 안 넘어가겠다

그런 느낌 순간적으로 받았어요.

 

아빠가 돈 좀 벌고 살만하다 싶으니 사람이 사람으로 안 보이냐

짜장면 값에 배달요금이 포함되어 있어도 배달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 없으면

집에서 짜장면 못 먹는 거고 불어터진 짜장면 먹는거다 하시면서 침착하게 말씀하셨는데,

 

지금같은 시절에 집한칸 못 구해서 난리인데 너희는 결혼하고 시작할 때부터 집 있으니 좋더냐

그거 내 집이고 그 집 없었으면 너희는 지금처럼 여유있게 못 살았을 거다.

시작부터 집 가지고 시작해 버는 거에 비해 돈 좀 모으고 통장에 숫자 커지니 사람 우습냐

 

짜장면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숨도 못 쉬고 짜장면 반도 못 먹고

세트로 온 탕수육도 먹고 싶었는데 분위기상 손도 못 뻗고 ㅠㅠ

 

그러다가 오늘 아빠가 폭탄선언 하셨어요.

오빠한테 집 내놨으니 이사가라구요. 조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이사가면

지금 오빠 사는 집(아빠 명의구요) 판 돈 다 줄테니

오빠랑 새언니가 모은돈 합쳐서 큰 아파트로 이사가라고 하셨거든요.

집 판 돈이고 뭐고 없고 그냥 나가라고...

부동산에 최대한 빨리 나갈 수 있게 복비도 넉넉히 주겠다고 얘기하고 오셨대요.

 

아까 저녁에 아빠 퇴근하시고 오시면서 혼자 결정하시고 부동산 들렀다 오셨는데

그러고는 오빠한테 전화 걸어 통보하셨어요. 그리고 엄마랑 저한테 얘기하시고.

 

내일 오빠랑 새언니 온다는데...

이렇게까지 아빠가 화내시고 갑자기 큰 결정 하실 줄은 몰랐어요.

오빠랑 톡 했는데, 모은 돈 별로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냐고... 오빠도 걱정이구요.

 

하아...


베댓

뭘 어째요. 고생 좀 하라고 해요. 새언니 정신이 썩은게 맞죠. 반성하라고 해요

아버님 정말 멋있어요. 존경합니다.

후기가 궁금하네요~새언니 고생한번 해보라 해요 아버지 말이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