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결혼 이야기

혼인신고전에 파혼하는데 남편에게 의리상 돈을 줘야 하는지 조언 구합니다.

31여 입니다
중고등학생 대상 악세사리와 디자인문구점 소규모 가게 하나 하고 있습니다
연애한지는 한 3년, 올해 결혼했고 신혼여행은 다녀왔지만
남편이 결혼하니 성격차이가 너무 심하고 태도가 싹 바뀌어서 파혼하려 합니다. 아직 혼인신고 전이라서

4년전 막 가게자리 계약을 알아보던 시기에
지인을 통해 남편을 만나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저는 정말 퇴직금하고 가게 월세로 모아둔 돈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사실 가계 계약하고 인테리어 끝내니 딱 1000 남은 그런 상황
그걸로 가게 운영했고 지금은 자리를 잡았습니다.

남편은 일반 모바일 게임 개발직 직장인입니다
개발직이지만 의외로 시간이 좀 자유로운 회사라
평일에는 야근하지만 주말에는 무조건 쉬구요
그에 비해 저는 월화수목금금금 식으로 계속 물건 떼오고 진열하고 팔고
휴일이 따로 없어서 남편 평일에 가끔 일찍 끝날때 데이트 했습니다.
남편이 가게일에 따로 개입한건 없고 한두달에 한번씩 한 5시간 가게 봐주는 정도?
혼자 보는건 아니고 제 보조죠
물건 어디 있는거 갖다달라 화장실 다녀올테니 잠깐 매대 봐줘라 이런거

다만 데이트 비용이나 만나는 식비 이런건 전부다 남편이 부담을 했습니다
대신에 저는 월 매상이 잘 나올때마다 월 20만원짜리 선물을 해주는 식으로 했구요
근데 매달 준건 아니고 매상이 1년동안 적자라
처음엔 6개월에 한번, 3개월에 한번 이런식으로 주다
결혼하기 1년전 부터는 벌이가 좋아져서 2개월에 한번씩 40만원짜리 선물을 해주고 있습니다.
남편도 기념일에 선물은 다 해줬어요.
그걸 금액으로 따지긴 싫지만 20쯤 되는 선물 위주로요.
선물 문제가 아니라 항상 밤에 회사 끝나면 먹을거 사다가 가게에 가져다 줬기 때문에
남편이 그런 선물 금액 같은 건 비교할 수도 없이 더 썼을 겁니다.

올해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 어느정도 직장인 월급 이상으로 벌게 되었고
둘다 이정도면 자리 잡았다. 결혼해도 되겠다. 결심하고 바로 날짜 잡고
올해 4월 결혼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결혼준비를 하는 중에 친구에게 가게를 잠깐 맡기고
예물 선택이나 신혼여행지, 청첩장 디자인을 고르러 같이 다니는데
정말 사소한거 하나도 자기말을 안따르면 그렇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겁니다

백화점에 소파를 고르러 갔는데 자기는 검정소파가 좋다는데
제가 봤을때는 신혼방이 전체적으로 흰톤인데 검정가죽소파가 너무 색이 뜬금없어보여서
그럼 오늘은 그냥 카다로그만 가져가고
집에가서 내가 가상으로 거치한 형태를 포토샵으로 만들어서 보여줄테니까
가서 같이 보자 하니까 자기가 하자고 하면 이유가 있는건데 왜 딴지를 거냐며
그자리에서 짜증을 내더니 혼자 집에 가버리는 거예요
한참 전화도 안받고 황당해서 주차장에 가서 오는거 기다려야겠다 하는데
주차장에 차가 없었어요 그냥 차타고 먼저 가버린거예요
그때 든 생각이 이사람하고 그냥 밥먹고 서로 힘든거 토닥거리기만 했지
그간 제가 너무 바빠서 이사람하고 뭔가 같이 이런 상세한 협력적인 걸 해본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생각해보니 저게 첫 싸움이었고
근데 혼수를 같이 공동비용으로 하기로 했고 집에 같이 사는데
둘다 맘에 드는걸로 하겠다는 게 잘못된건지..??

가만히 주차장에 서있는데 이게 백화점에 자기 와이프 될 사람을 두고 집에 갈 정도의 분노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자존심이 확 상하더라구요
다시 전화를 두번 걸었지만 안받길래 저도 택시타고 집으로 갔습니다.
집까지는 차로 2시간 거리인데 가는 내내 두고간게 너무 황당하고 화가 났다가 이해해야지 싶다가
이 먼거리를 나보고 혼자오라고 자기는 차타고 가버리다니 별 생각이 다들더라구요
그후로 어찌어찌 화해를 했고 청첩장이나 스드메 정할때마다 싸우고 지쳐가다가 어찌어찌 결혼까지 가서
신혼여행을 갔는데 여기서도 뭐 자기 의견대로 안하면 옆에 누가 있던말던 언성을 높이고
삐졌다를 온몸으로 표현하더라구요
10일 허니문동안 안싸운날이 한 이틀 된거 같아요
나중에는 욕하면서 싸우게 되더라구요
3년간 욕한번 할 생각도 못하고 잘지냈는데 어떻게 이정도 까지 가나 싶네요
음료수 하나를 고를 때도 저를 뭐 완전 세상 문외한 처럼 몰아가면서
무조건 자기말이 맞다고 하고 제가 그래도 난 이 음료수 마실래 하면
자기 한 말대로 안했다고 뒤에서 툴툴 거리면서 짜증내는데
음료수가 목에 넘어가지도 않더라구요
지금도 그 맛이 생각도 안나네요

여행지에서 5일 연속으로 싸우고 나서 정말 이사람하고 살면 매일이 지옥이겠다 생각이 들어서
혼인신고도 안했고 그냥 여기서 그만하고 싶습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건 지금 가게를 자리잡기 까지
남편이 도와준게 있어서 그건 깔끔히 하고 헤어지고 싶습니다.

제가 당시 자금을 확실히 융통하고 가게를 오픈했고 특별한 큰 리스크가 없는 장사라
남편이 따로 뭐 가게돈을 해줬다거나 급전을 빌려줬다거나 한적은 없었어요
장사관련비용은 모두 제 선에서 해결했습니다.
오히려 제가 작년에 남편한테 800 빌려줬다가 받은 적은 있습니다
그것도 한 갚겠다고 한 날짜보다 4달은 지나서 제가 달라고 해서 돌려받긴 했는데
참 연인사이에 달라고 하는 과정도 민망하대요
어쨌든 저한테 따로 현금을 직접 준건 없지만 그간 데이트 비용을 남편이 전부다 냈었고
거의 매일마다 하루종일 장사하느라 밥도 못챙겨먹는 저한테
장사 끝날 시간에 맛있는걸 사와서 저한테 주고 해줬던건 정말로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남편은 지금 제가 이혼 생각이 있는걸 모를거예요
그냥 기선제압 하고 잘 돌아왔다고 생각하겠죠
근데 저는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살고 가게도 이제 다 일구어 내서
저한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고 내 선택에 대한 자부심도 있어요
근데 청첩장 문구하나 제가 정하면 짜증내고
음료수 하나 고를때도 니가 참 모른다고 매도하는 남편하고는 계속 지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얼굴만 봐도 오늘은 또 뭘로 짜증을 낼까 불안해요

남편하고 도저히 같이 살기 힘든데 그래도 제가 힘들때 몇년간 힘이 되준건
저렇게나마 하고 끝내고 싶은데 이게 맞는건지 그냥 헤어지면 될걸 감정적인 헛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하는게 서로 깔끔하게 끝낼 방법일까요.
서로간 대화는 더이상 무의미한거 같아서 아예 뭔가를 같이 얘기하기도 힘듭니다.
오늘도 그냥 바쁘게 일만 하고 있는데 한숨나오네요
이러려고 결혼한게 아닌데 대체 왜했을까 후회들고
그냥 참고 살면 되는건데 내가 이상한가 별생각이 다드네요

지금드는 제 생각은 그간 남편이 오며가며 제 가게 한달에 한번씩 도운거,
음식 매일 사다준거 이런거 생각해서
한 2000 만원정도를 건네주고 끝내자고 하고 싶은데
이게 옳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베댓

돈을 오히려 받아야죠 왜 줍니까 결혼하고 이혼 아닌 그냥 헤어지는건데 조용히 돈거래 없이 끝내는게 좋아요 돈때문에 일이 몇배 더 커질수 있어요 저 남자는 님 가게가 이제 자기게 된줄알고 엄청 착각하고 있을텐데 오로지 님의 열정으로 만들어 놓은 가게니 절대 돈거래 없이 끝내요 근데 저렇게 성질 x같은 남자가 님을 순순히 놓아줄까 의문이 드네요

님 좀 모자라요? 무슨 고가의선물을 사준것도 아니고 돈을 준것도 아닌데 뭔 돈을 돌려준단 생각을하지? 데이트비용 좀 더쓰고 맛있는거 많이 사줬다고 헤어질때 돈준다는 말은 또 첨 들어보네ㅋㅋㅋㅋ 그럼 나는 이제까지 만난 남자들한테 얼마를 다 줘야 되는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

백화점에 버리고 갔을때 끝냈어야죠 ㅠㅠ 충격이다